당신이 글을 읽는다. 음악을 듣는다.

이는 당신이 누군가에게 전화번호를 듣거나 이름을 듣고 잊어버리는 것과는 다르다.

당신이 다시 언젠가 그 음악을 듣거나 그 글을 본다면 완전히는 아니지만 그 흐름이 기억이 날 것이다. 그렇다면 이건 어디에 저장되어 있다가 튀어나오는 것일까?

내가 본 사실은 사라지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다만 어딘가로 던져져서 저장되어 있을뿐이라고 생각한다. 기억력이 좋은 사람은 좀 더 그걸 잘 끄집어내는 것일뿐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자신이 끄집어 내지 못하는 사실이라고 할지라도 무의식중에 그것이 끄집어 내질때가 있다 . 삶의 순간에서 자신의 과거, 잊어버렸던 사실이 문득 다시 떠올라 마주할 때가 있지 않은가?

뒤편의 잠재의식 세계에서 통조림이 되어 있더라도 연결고리를 좀 더 강하게 의식하고 있느냐 그렇지 못하느냐의 차이일 뿐 그것이 영향을 주지 않는것은 아니며 언젠가 그것을 떠올릴 계기가 되면 다시 떠오를 것이다.

하지만 이걸 역으로 생각한다면 모든 사실을 언제든지 끄집어 낼 수 있도록 강하게 연결 고리를 만들어두어야 할 것이냐, 아니면 필요한 것만 강조해서 끄집어 둘 수 있도록 지금 보기에 그다지 웅요하지 않은 사실들은 그대로 의식 저편에 밀어넣어두어야 한다는 문제가 발생한다. 물론 이는 사람이 여러가지 수단을 강구해서 좀 더 잘 기억할 수 있기 때문에 언급될 수 있는 것이다. 설마 당신은 시험 공부를 할 때 끄집어내지 못하도록 그냥 대강 기억하고 있는게 아니지 않은가? 물론 그렇게 공부하는 사람도 이따금 있다는건 사실이지만..


지난 시간을 돌아보면 나는 절차적인 알고리즘을 기억하는 것보다는 음악의 흐름을 기억하는데 더 익숙했다. 이는 사람마다 편차가 있을지도 모른다. 지난 시간 내가 접해온 매체들에 의해서 영향을 받았을지도 모른다. 중간에 잠시 외도를 하고 현재는 인터넷과 디지털 매체에 뇌를 담그고 있지만 그래도 곰곰히 생각해봐야 할 터다. 좀 더 자신이 잘할 수 있는게 있다면 그 쪽을 활용하는게 더 낫지 않겠는가?

마치 내가 지금 따로 크게 생각하지 않고 무의식중에 키보드를 놀려서 이 글을 써내려가듯이 말이다. 생각의 짧은 단상이 떠오를 때마다 그걸 가로채서 이렇게 적어내려가고 있다.

WRITTEN BY
가별이
내가 천사의 말 한다 해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