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집'에 해당하는 글 1건


위드블로그에서 캠페인 신청하려고 보다가 찾은 곱창전골이라는 제목의 음반.

대구에서 대학 생활을 하던 시절, 곱창 전골은 싼 가격에 저녁을 배불리 먹고, 술까지 든든하게 마실 수 있으면서, 가격도 싸고 맛도 좋고 단백질 보충이 되는 아주 좋은 음식이었다. 봉사하던 시절에 좋은 사람들과 늘 함께 하던 음식이어서 더욱 특별한 이미지가 남았는지도 모른다.

사실 위드블로그에서 이 음반의 리뷰 신청을 한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다.

http://www.withblog.net/campaign/1440/post

위의 링크를 보면 알겠지만 리뷰를 신청한 사람은 당첨자의 딱 2배수인 20명이다. 표지의 카리스마 때문이었는지, 일본인이 부른 한국 노래이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난 아주 흥겨운 마음에 즐겁게 신청했고 이렇게 음반을 받게 되었다.

이 낯설고도 신기한 음반의 소개를 위해서 보도 자료를 인용해본다.



일본 문화 개방전이던 1999년 최초의 일본인 밴드로서 한국 음악계에 화려하게 데뷔했던 곱창전골. 첫 앨범 <안녕하시므니까?>에는 신중현과 산울림의 곡을 리메이크하는 등 한국 록의 영향이 고스란히 담겨있었고 이로 인해 한국 내는 물론 일본에서도 지지기반을 쌓게 된다.

리더 사토유키에(佐藤行衛)는 그 후 일본과 한국을 오가며 2009년 전곡 자작곡의 첫 번째 솔로 앨범 《사랑스러운 그대》를 발표하며 여러 매체에 등장해 우리에게 친숙한 인물이기도 하다. 

《나와 같이 춤추자》는 곱창전골의 12년만의 신작이다. 사실 음반의 녹음 작업은 2년 전에 모두 종료되었지만 2010년 7년간 곱창전골 베이시스트로 함께 활동했던 시바토코이치로(柴藤耕一郎)가 사망하였고, 모곡페스티발과 여러 밴드들의 후원자이며 곱창전골의 매니저이며 제작자인 홍종수 역시 2011년 작고하여 작업이 중단되는 상황에 이르렀다. 하지만 사토유키에는 두 사람에게 바치는 헌정음반이란 의미를 담아 후반 작업에 전력을 다해 앨범을 완성하기에 이른다.

사토 유키에의 솔로 음반은 70년대의 빈티지 포크 사운드로 다져져 있었지만, 곱창전골 2집은 60년대 사이키델릭 사운드의 매력이 가득한 록 앨범이다. 한국의 그룹 사운드를 상기시키는 타이틀 곡 나와 같이 춤추자그대 모습, 인도, 그리스 전통악기의 연주로 이국적인 애시드 포크 넘버가 된 물망초, 태초의 대지를 노래한 사이키델릭 서사시 가나다라 마바사 등등 싸이키델릭한 다양한 음세계가 사토유키에의 기타를 축으로 담겨있다. 오랜 세월 곱창전골이 추구하고 있었던 사운드가 지금 여기, 드디어 열매를 맺은 것이다.


리더인 사토 유키에의 홈페이지 링크는 아래에 있다. 프로필과 공연 일정등이 표시되어 있다.

http://www.yogiga.com/yukie



펼친 CD 표지이다. 꽤나 재밌다. 첨엔 얼굴이 옆으로 놓여있고, 이름도 옆으로 있어서 왜 그랬나 했더니 저렇게 길게 이어지는 느낌이었다. 가운데 분은 수더분하고 친근해보이는 아저씨 느낌이고, 왼쪽 아저씨는 다람쥐 같은 미소를 지으시는데 너무 귀엽다. 오른쪽 분도 왠지 귀여운 그런 느낌이다. 그리고 음반 느낌과 재킷 앨범은 너무나도 잘 어울린다.


안쪽의 사진은 마치 세포처럼 지나온 음악 활동의 시간들의 그림을 올려놓았다. 노랑과 파랑이 반복적으로 사용되어서 밝고 유쾌한 느낌을 준달까?


안에서 꺼낸 CD와 싸개(?)



싸개 뒷장


씨디는 LP의 디자인을 하고 있다. 싸개 자체가 마치 LP 커버처럼 되어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거의 사라져버린 LP지만 외국에서는 계속 발매되고 있는 모양이다. LP의 퀄리티는 재질과 두께 즉 면적당 질량에 의해서 결정되는 모양인데, 국내는 너무 저급의 LP를 내놓은 모양. 외국에서는 고 퀄리티의 LP가 계속 나오고 있다고 한다. 60년대의 사이키델릭 음반을 내놓으면서 옛날 느낌을 충분히 살리고자 한 의도가 보인다. 클래시컬해서 꽤나 재밌었다. 


가사집 앞의 사진들


그리고 가사. 총 7곡의 노래로 되어 있다. 오른쪽은 영문 가사가 친절하게 나와있지만 번역해보지는 않았다.

이 음반이 어떻게 해서 나오게 되었는지는 리더의 홈피 프로필 일부에 나와있는 이야기를 살펴봄으로써 알 수 있다.

한국에서는 improvised music scene, noise scene이란 것이 거의 없고, 그런 CD와 음반을 파는 가게도 거의 없습니다. 그것은 그런 음악을 들을 수 있는 기회가 적은 것, 그런 아티스트들이 발표하는 장소가 거의 없는 것이 큰 원인의 하나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정말로 그런 뮤지션이 없는지? 잠재적인 아티스트들이 있어야지?
물론 조금만 밖에 없는 improviser(즉흥음악가)들이 연주하는 장소가 없다는 것도 있지만, 아직 모르는 새로운 아티스트들을 구하여 그런 발표의 장소가 만들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불가사리” 라이브 공연을 시작했습니다.
록이라든가, 재즈라든가, 전통 음악이라든가, 현대 음악이라든가, 그렇게 말한 장르에서 불거져 버린, 불가사의한 스테이지를 하고 싶다고 하는 생각입니다.
하여간 조금 만씩 힘내가고 싶다는 생각이고, 제발 응원을 잘 부탁 드리겠습니다.
(By Sato Yukie)

즉흥음악이라는 것을 담아내고 싶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즉흥 음반이나 개인 음반 같은 것들이 팔리기 어렵다. 이전에는 싱글 앨범도 팔리지 않았지만 보편화되는데 시간이 제법 걸렸듯이 말이다. 이런 개인들이 내놓은 음악이 꽤나 들을만함에도 불구하고 묻혀있다가. 비트볼뮤직에서 발굴해낸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1. 그대 모습
전형적인 밴드의 음악이다. 디스토션이 걸리지 않은 일렉 기타. 베이스와 퍼커션으로 구성된 음악이다. 세련됨과 고아함은 이미 거리가 멀고, 오히려 신나게 내지르는 그런 느낌이다. 저녁에 술먹고 신나서 부르는 그런 느낌이랄까? 추억이 되살아나는 밤에 부르는 그런 노래다.

이런건 술먹고 밴드 생활을 해본 사람이 공감할 수 있는 그런 노래랄까? 옛날 민속주점이나 찌개와 함께 소주를 마시던 대학가의 술집에서 옛날 전축 스피커에 낡아빠진 오디오로 재생하면 딱 좋은 그런 노래다. 세련된 애플 맥북에서 클래식용 헤드폰으로 듣기에는 좀 애매한 노래의 느낌이다. 너른 공간에서 악을 쓰듯이 불러줘야 하는 그런 느낌이다. 부르는 사람이 신난게 느껴지는 그런 노래다. 마무리는 베이비 컴 백 그대 모습 / 베이비 컴 백 그대 가슴.

2. 나와 같이 춤추자
신디가 같이 어우러진 정말 사이키델릭한 노래다. 비슷한 음율이 반복되지만 뭐 딱히 그런 느낌이 들지 않는다. 세련된 기법이 아니라 감정을 호소하며 전달하는 그런 노래다. 긴머리 아가씨, 큰가슴 아가씨, 뜨거운 아가씨, 엉덩이 예쁜이에게 오늘 밤에 약속이 없다면 새벽녘 하늘을 같이 보자고 꼬셔보는 그런 본증적인 노래다. 이런 노래는 벌건 대낮에 들어주기보다는 역시 밤에 술 좀 취해서 들어줘야 제맛인 그런 노래다. 뭐 이런 엉터리 노래가 다 있어? 이러면서도 피식 거리고 웃게 되는 그런 느낌의 노래다.

3. 월하미인
월하미인. 지난 여름밤 달밑에서 너와 함께 단한번 피운 꽃에 대한 이야기다. 지난 여름의 꿈이었지만 기억하는 너의 가슴(!)을 더 볼 수 있다면 모든걸 다 버릴 수 있겠다는 그런 이야기. 노래는 가장 길다.

4. 그대 생각 날때는
빠른 비트의 노래와 블루스가 어우러지는 노래다. 뒤에 배경도 깔아주는 그런 노래다.
되살아나는 그대의 향기, 그대의 살결이라는 그런 추억과 함께 그대와 함께 했던 일상의 추억을 아주 절절하게 절규하며 부르고 있다. 사실 4번째 노래쯤 오면 왠지 다 비슷비슷해서 구별하기 좀 어려운 감도 있다.

5. 물망초
가장 가사가 짧다. 하지만 세번째로 길다.
가장 부드럽고, 가장 슬픈 느낌의 노래다. 잊지 말고 기억해주고 영원히 사랑해달라는 노래. 잊지 않겠다는 그런 노래. 흘러가지만 영원히 사랑해달라는 그런 노래. 곡 중간의 퍼커션과 아라비아풍의 간주는 자칫 슬퍼질만한 노래 사이에 생뚱맞게 끼워서 슬픈 느낌을 줄여준다. 그리고 일렉 기타로 마무리된다. 애드립도 스트로크도 꽤나 좋은 느낌이다.

6. 가나다라 마바사
시작은 판소리와 바람소리, 그리고 민요의 멜로리로 시작된다. 이 노래만 보컬의 느낌이 다르다. 우리나라의 역사가 시작되기 전의 이야기다.

7. 사랑했던 그대여
가장 유쾌한 느낌의 노래이다. 앞의 노래를 마무리 짓는 그런 느낌으로, 당신과 같이 있는 일이 이렇게 힘든지 몰랐기에 당신의 꿈을 지금도 꾸고 있지만 이정도로 끝내기로 했다는 노래다. 유쾌한 이별노래지만 잔향이 길게 남는 가슴 속의 소리를 담아내는 노래다.


노래가 엉터리 같지만 보컬도 기타도 베이스도 드럼도 수준급이다. 앨범 전체가 그렇다. 고수가 즐겁게 대충 재밌게 부른 그런 느낌이랄까? 가나다라마바사를 제외하면 모두 여자에 대한 어른의 노래다. 나이 좀 먹고 인제 재미라기보다는 흥을 알고, 추억에 잠기고, 여자에 대해서 어느정도 이해하고, 이별도 어느정도 받아들이고 덤덤해할 줄 아는 세대에 어울리는 느낌이다. 서른 중반에 접어들어서야 이런 느낌을 어느정도 이해하겠지만, 이 노래는 40대부터 한 60대까지 뭐 그 이상까지 즐겁게 들을 수 있는 그런 노래다.

보컬의 목소리는 왠지 지상렬 같기도 하지만 일본인 치고는 너무나 정확한 한글발음과 억양을 구사한다. 그리고 요즘 노래가 전주, 간주, 마무리의 시간은 얼마 되지 않고 가사로 된다면 이 앨범은 그런게 전혀 없다. 제멋대로 길다. 그리고 재밌다. 흥에 겨워 연주했다는 그 말처럼, 이런저런 시도를 더해본것처럼, 채우려지 않았기에 편하고, 흥겹게 들을 수 있지만 가급적이면 밤에 듣기를 권하고, 특히 술 한잔 하고 듣기를 권한다. 들어보기에 정신이 너무나 말똥한 낮에는 영 느낌이 생뚱해서 좀 듣기가 그랬다.

나이도 지긋하신 분이어서 내지르는 소리는 힘이 좀 딸리지만, 그와 반대로 일렉기타는 너무나 원숙해서 들을만하다. 게다가 기타가 넉넉하게 등장한다. 기타와 퍼커션의 어우러짐이 제법 들을만한 음반이랄까? 메탈처럼 일렉에 디스토션과 이펙트를 지나치게 걸어서 듣기에 조금 거북한 그런 느낌이 아니라 맑은 느낌이다. 어쿠스틱 같기도 하지만 들고 계신건 너무나 훌륭한 일렉기타다.

요즘 음악이 좋은 사람에게는 권하고 싶지 않은 노래다. 소강당에서 기타 들고 치면서 노래좀 불러보고, 소리 좀 크게 내질러보고, 중창이나 합창해보고, 밴드해보고 그렇게 대학생활이나 취미생활을 해본 사람에게 권하고 싶다. 7080이나 트로트하고도 다른 영역이기 때문이다. 엔카나 트로트의 느낌은 여기서는 전혀 나지 않기 때문이다. 녹음도 아주 세련되고 깔끔하게 되어 있다.




WRITTEN BY
가별이
내가 천사의 말 한다 해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