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얼굴을 잘 기억하지 못한다. 얼굴을 기억하지 못한다는 것은 그 사람의 얼굴을 이미지로 떠올리는 것과 그 사람이 봤는지 안봤는지 기억하지 못하는 것인데 내가 말하는 것은 전자를 말한다.

내가 알던 다른 사람의 얼굴을 지금 기억으로 떠올리라고 한다면 선명하고 구체적으로 떠올리지 못한다. 특징을 기반으로 뿌옇고 흐릿하게 떠올릴 수는 있으나 선명하고 구체적이면서도 입체적인 얼굴을 떠올리지 못한다는 것.

안그래도 미술을 못했는데 그런 능력이 선천적으로 부족한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림그리기와 만들기를 도무지 잘할 수가 없었다. 기억하고 있는 원래의 이미지를 처음부터 선명하게 기억하지 못하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고 내가 관찰하는 방법이 틀렸나 하는 생각도 들지만 어찌어찌하다보니 개선의 여지가 없이 이렇게 지내고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한번 본 사람을 구별하지 못하냐면 그건 아니다. 오히려 보통 사람들 이상으로 한번 봤던 사람은 잘 잊지 못한다. 그건 내가 그 사람을 얼굴의 세밀한 형태로써 기억하는게 아니라 이미지와 느낌으로 기억하기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고 있다. 어느정도 본 사람이라면 뒷모습이나 옆모습까지도 어느정도 구별해 낼 수 있을 정도랄까..

왜 이런 차이가 발생하는지는 잘 모른다.

반면에 목소리는 아주 선명하게 기억할 수 있다. 어떤 단어나 말에 대해서 그 사람의 목소리의 특징을 살려서 머릿속에서 선명하게 그 사람이 말하듯이 떠올릴 수 있다. 어지간히 기억하는 사람이라면 그 사람의 목소리를 잘 잊지 못한다. 예전에는 음악을 몇번 들으면 그 음악을 처음부터 끝까지 목소리와 악기를 실시간으로 재생해서 혼자 음악 재생이 가능했던 적도 있지만 시간이 갈 수록 그런 능력은 떨어진다. 대신 노래를 부를 때는 원곡을 머리에서 재생시키면서 동시에 그걸 듣고 따라부른다는 느낌일까? 그런 느낌으로 부른다. 때문에 나만의 느낌으로 부른다는 느낌과는 조금 거리가 먼듯하다..

덕분에 체육, 미술이나 다른 만들기는 늘 어려웠지만 반대로 음악은 늘 즐겁게 대하곤 했다. 절대음감은 아니지만 그럭저럭 소질이 조금은 있었던 듯 하다. 뭐 왜 이런 차이가 발생하냐고 하다면 글쎄.. 답은 잘 모르겠다.

WRITTEN BY
가별이
내가 천사의 말 한다 해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