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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과제와 용역을 하다보니 제안서를 쓸일이 참 많다. 중소 기업에서 자금을 확보하는 법은 몇가지가 있겠지만 용역과 과제제안을 병행하면서 개발에 대한 자금을 이로부터 확보하는 법이 부담이 적기 때문이다. 게다가 특허 출원, 홈피 제작, 기구물 제작, 디자인 등 다양한 분야에서 과제가 있어서 활용만 잘하면 부담을 크게 경감할 수 있다.

어느 순간 부터 문서를 쓰는 일은 나의 일이 되었달까.. 사실 IT 직종의 개발자들은 개발만 하기를 원하는 경우가 많지만 그것이 쉽지 않다. 결국 IT 직종의 종사자들은 만능이 되고 마는 경우가 많은데 그 중 하나가 이 문서이다.

제안서를 쓰는 일은 소설을 쓰는 일과도 유사하다. 좀더 픽션이나 논픽션이나 하는 차이는 있겠지만 결국 사실을 바탕으로 허구를 섞는 일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의의를 부여하는 것 또한 마찬가지..

당신 앞에 놓여져 있는 볼펜을 가지고 제안서를 쓴다고 생각해보자. 이 볼펜의 장점, 단점, 구조, 기술적 가치, 경제적 가치, 사회적인 가치, 이 볼펜과 관련된 정책, 제약, 시장상황, 국내 및 세계 수요. 볼펜 업계의 경쟁업체, 경쟁강도, 볼펜의 기술 개발 상황, 볼펜의 파생 아이템.. 이렇게 무척이나 많은 내용들을 모두 집어넣어야 한다.

그렇다.. 어쩌면 많은 제안서를 노하우로 이제는 어떤 아이템을 줘도 어지간히 써낼지도 모르는 상황에 오게 된 것이다. 이것은 어차피 제안서가 다 비슷비슷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러한 제안서를 써내는 것은 참으로 사람을 피말리는 느낌이다. 어디에 훌륭한 샘플이라도 있어서 그걸 고대로 베끼면 참으로 좋겠지만 그렇지 않다보니 유사 양식이나 그러한 말들을 찾아서 조합하고 짜맞추고 그리고 대부분의 경우는 말들을 창조해야 하기 때문.

하지만 그러한 일련의 결과물들이 어느정도 이상의 품격을 갖춰야 한다. 수천만원에서 수억언의 과제에 아무런 의의도 없이 품격도 없이 거짓말만 늘어놓는데 당신같으면 그러한 과제를 허용함으로써 성과를 올릴 수 있겠는가? 과제를 주는 곳도 실적을 마찬가지로 올려야 하기 때문에 그들이 실적을 올릴 수 있도록 충분한 의의와 파급 효과를 만들어줘야 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글을 쓰고 있는건 이틀전에 급하게 요번주 금요일까지 접수해야 하는 과제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틀동안 완저 나를 쥐어내듯이 일단 글을 썼고 나머지 내용이 오늘 만들어지면 취합하고 모자란 부분을 보충해서 오늘 일단 가접수를 시켜야 한다. 내일 마무리로 점검하고 접수를 끝낼 예정이기는 하지만 이렇게 급한 일정으로 제안서를 쓴다는건 참으로 힘이 든다.

정신적인 에너지를 짜내서 글을 써야 하는데 일정이 급해지면 이걸 재충전할 여유와 아이디어를 생각해낼 시간이 없이 말그대로 쉴틈 없는 전력 질주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번은 그래도 게속 논의해온 아이템이라서 어떻게든 그럭저럭 그럴듯하게 썼지만 (뭐 개인 생각에) 다른 아이템이 주어진다면 죽어도 못쓸일..

언젠가는 익숙해 질날이 올거라고 생각했지만 제안서에서 요구하는 항목들이 매년 업그레이드 되고 세세해지면서 자꾸 중복되고 있어서 한말 뒤집어 또하기가 되어버리다보니 그 상황이 매번 그 상황이다.

에효 오늘도 제안서나 써야겠다..


WRITTEN BY
가별이
내가 천사의 말 한다 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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