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이 책을 받을 때는 그리 기대하지 않았다는 것이 사실이다. 뻔한 이야기를 또 블로그에 쓰듯이 써놓은게 아닐까 하는 그런 마음이 내심 있었다. 위드블로그에서 신청을 하고 책을 받아두었지만 한동안은 읽지를 않았다. 앞에서는 철학적인 이야기를 전개했지만 그 뒤에 내용은 어느정도 스마트폰을 쓰고, 블로그를 하고, 트위터, 페이스북, RSS를 구독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어느정도 아는 내용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리뷰 마감일이 다가오면 당연히 책을 읽어야 하지 않겠는가? 그렇게 책을 읽어나가면서 생각이 바뀌었다. 이 책은 내가 최근에 읽은 책 중에서 두번째로 다시금 놀라움을 준 책이다. 첫번째 책이 무엇이었냐면 일본의 스님이 쓰신 "생각버리기 연습" 이었다. 하이퍼링크를 걸었으니 확인해보기 바란다. 생각버리기 연습에서 놀란 부분은 마치 무공비급처럼 세세하게 어떤 단계로 수행해야할지를 명확하고 구체적으로 지시 해주고, 그 내용이 합리적이었다는 것이다. 마치.. 21이면 C 따라잡기 같은 그런 느낌으로 말이다. 마치 이 책도 그런 느낌이었다. 세세하게 어떻게 일을 할지를 알려준다. 혹여나 맨첨에 집어들고 단지 퇴근 시간의 짜투리 시간을 활용하는 법이나 가르쳐주는 책으로만 생각하면 곤란하다.

이 책을 읽으면서 드는 느낌은.. 매너리즘에 빠져 하루하루 쳇바퀴를 돌듯이 수동적으로 살아가는 일반적인 자칭 얼리어뎁터를 위한 책이 아닐까 하는 그런 느낌이었다. 우리는 참 많은 걸 읽고, 듣고, 보면서 살아간다. 거기에 취하기도 하고, 반발하기도 하고, 받아들이기도 하고, 전파하기도 한다.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고, 또 쉽게 잊어버리기도 하고, 오래 기억하기도 하고, 가끔 떠올리기도 한다. 하지만 그런 쳇바퀴 속에서 무언가를 승화시켜서 하나의 멋진 결과를 이끌어내는 경우는 그리 쉽지 않다. 그리고 그 속에서 불안하게 살아간다. 불안한 현재에서, 앞을 알 수 없는 미래에서도. 이 책은 그러한 사람들이 한번은 읽어볼만한 책이고 되새겨볼만한 책이다. 이 문구조차도 흔하고 상투적인 이야기가 되었지만, 최소한 이 시대를 살아가는 수단과 그걸 해야할 납득할만한 이유, 그리고 그것이 낳을 결과에 대해서 궁금해 하는 사람이라면 말이다.

내용에 대해서는 따로 언급하지 않겠다. 나의 편견이 읽는 동안 읽는 사람의 생각에 끼어들여서 부정적인 영향을 주기를 바라지 않으니까. 하지만 어지간한 워크샵이나 무료 강의를 쫓아다니면서 일회적인 감흥이나 동기를 부여 받기 보다는 이 책 한권이 더 나을것이라고 자신한다. 이 책은 일하는 방법, 일하는 자세, 기기를 다루는 방법을 논하고 있지만 그걸 뛰어넘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방법론에 대한 철학을 피력하고 있는 책이니까. 기계는 수단일 뿐이고 그걸 이용하는 사람에 따라서 천차만별로 달라지는 것이니까.

무공에서 신검합일에 이러야 고수에 이르듯이, IT와 나를 합일해서 이 시대의 진정한 고수가 될수 있기를 기원한다. 리뷰 마치고 다시 한번 일독하러 간다. 중요한 내용은 에버노트에 정리할 예정이다.


WRITTEN BY
가별이
내가 천사의 말 한다 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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