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에 밥을 먹기 위해서 걸어서 나는데 비냄새가 났다. 지금까지는 흐리기만 했는데 정말로 비가 오려나보다.

내가 비냄새가 난다고 하면 사람들이 그게 무슨 말이냐고 한다. 다른 때와의 공기가 확연하게 다르면서 습기게 있게 좀 축축하고, 약간 차갑고도 서늘한 공기의 냄새가 맡아지는걸 말하는건데 그런 얘기를 하면 사람들이 잘 못 알아듣는다. 코로 확 느껴지는데 왜 다른 사람들은 잘 모르는 것인지 좀 이상하기도 하다.

태어나서부터 고등학교 졸업할때까지 바닷가에서 자랐다. 울산 방어진에 집이 있었고 울산 현대중, 현대고를 다녔다. 집의 베란다에서는 바다가 보였고 버스 종점은 바닷가의 바로 옆에 있었다. 버스를 타고 학교를 가는 동안에도 현대 중공업, 현대 중전기, 현대 엔진, 미포 조선 등의 너머로 바닷가가 보이곤 했다. 학교의 창문에서도 바다는 보였다. 아침 일찍 나와서 걸을 때 그리고 밤 늦게 집에 걸어들어갈 때는 거의 잦은 물안개가 끼곤 했다. 바닷가의 안개는 내륙지방의 안개와는 다르다. 시원하도록 굵은 물 입자가 자욱하게 떠 있는 가운데 가로등불이 안개 사이로 은은하게 퍼지도록 빛을 내고 시원한 바닷바람이 그 사이를 감싼다. 그럴 대는 너무나 기분이 좋아서 마치 이세상이 아닌것 같았고 내가 다른 존재처럼 느껴질만큼의 특별한 기분을 선사하곤 했다.

어쩌면 내가 비냄새를 맡을 수 있게 된 것도 이러한 물안개를 아침저녁으로 늘 느끼면서 건조한 공기와는 다른 수분을 포함한 공기를 느낄 수 있게 되었는지도 모른다. 이런 비냄새가 나면 늘 비가 오는 건 아닐지라도 대부분 비가 왔고 비가 오는 동안에는 따로이 비냄새가 나지 않는다. 다만 비가 오기전에만 느껴지는 특별한 대기의 냄새다.

오늘도 비가 오려나 보다. 점심을 먹고 나서 혹시나 비가 많이 올까봐 집에 세워두었던 차를 끌고 왔다. 하지만 저녁에 적당한 비가 내린다면 우산을 펴고 걸어볼 생각이다.


WRITTEN BY
가별이
내가 천사의 말 한다 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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