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태어나서 자란 울산 방어진은 앞은 바로 바닷가 뒤는 산이어서 바닷바람과 산바람이 늘 시원하게 불었답니다. 하지만 고향을 떠나서 내륙지방으로 들어오니 바람이 잘 불지 않네요.

늘 바람을 맞으며 자란 사람에게 바람이 불지 않는 건 너무나 답답하답니다. 대구의 학교에 입학해서 기숙사에 들어가있던 첫 일주일은 너무나도 답답했지요. 제가 살던 곳에서 시야의 반은 바다가 차지하고 있었는데 어디를 둘러봐도 좁은 건물뿐이고, 덥기만 하고, 시원한 바다내음과 바람이 불지 않았으니까요.

지금 일하고 있는 대전도 그런 점에서는 마찬가지랍니다. 바람이 잘 불지 않아요. 그래도 다행히 송강동으로 이사오고 회사가 테크노밸리에 자리 잡으면서 어느정도 트인지라 바람이 불게 되었네요. 집에서는 베란다문과 현관문을 열어놓으면 바람이 통하고 여기 회사는 주변이 탁 트여서 창문을 열어놓으면 바람이 솔솔 분답니다.

그래도 요새는 아침 저녁으로 부는 바람이 사람을 살살 설레게 할 정도로, 선선한 바람이 불어주네요. 기분 좋은 바람이란 사람의 기분을 시원하게 하면서도 설레게 하죠. 아직은 낮이 덥다는 걸 잊어버릴 정도로 말이예요.

조금 있으면 코스모스 만발한 가을이 오고, 곧 긴팔을 입게 되겠죠. 이번 추석이 될 때쯤이면 벌써 그렇게 될 것 같아요. 이렇게 좋은 날씨는 어디론가 막 떠나고 싶어지게 하네요.

WRITTEN BY
가별이
내가 천사의 말 한다 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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