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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인터넷이라고 불리울만한 세상에 접한지 어느새 13년이 흘렀군요. 삐삐가 가장 첨단이었던 그 시대에서 세상은 놀랄만큼 변했습니다.

Net으로부터 멀어질수록 사람은 현실적이 될 수 있는 것일까요? 요즘은 그런 생각을 자주 합니다. Net을 사용하기는 하지만 직업의 도구로써 또는 어쩔수 없는 일상의 수단으로써만 사용하고 그걸 즐길줄 모르는 그들은 의외로 현실에 가깝게, 그리고 넷상에 일어나는 온갖 번잡하고 어수선한 일들을 지나치면서 살아가는 것으로 보입니다. 적어도 제 눈에 보이는 바로는요. 적어도 그들은 자신과 자신을 둘러싼 몇몇을 위하는 방법은 확실히 알고 그걸 실행하면서 살아갑니다. 세상의 많은 가치로부터 혼란스러워하면서 무엇을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방황하는 저는 이따금 부러워질만큼 말이지요. 그들을 닮아 단순해지고 자신을 제대로 위하는 모습을 그려보기도 합니다.

지금 제 가치관과 이상은 현실에 기반하는지 아니면 Net에 기반하는지 분간하기 어렵게 되었습니다. 한때는 그래도 현실에 충실하다고 생각할때도 있었지만 현실과 Net의 경계가 희미해지고 서로의 영역이 바뀌어가고 있는 지금으로서는 더더욱 생각하지기 어려워졌습니다. 오히려 주변의 사람들은 현실로부터 눈을 돌리고 Net상의, 블로그 스피어의, 포탈의 사람들은 서로의 이상을 놓고 날카롭게 대립합니다. 가치관과 이상은 물질세계에서 벗어날수록 명확하게 그 모양을 갖추는 모양입니다. 지금 이시간에도 Net 상의 연결과 연락망을 통해 130만 이상의 사람들이 탄핵 서명을 하고, 십수만의 사람들이 모여서 촛불 집회를 엽니다. 지인들에게 같이 나가자고 권유하면 너나 나가라고 하고 저를 약간 비뚤어진 시선으로 바라보겠지요.

또한 인간 관계도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경계가 명확히 나눠지고 온라인의 만남이 오프라인으로 연결되기는 좀처럼 어려웠지만 이제는 그런 것들도 사라져가고 있습니다. 게임 상에서 만난 사람중 지내보고 괜찮은 사람에게는 게임 상에서의 만남을 확장하기 위해 폰번호를 알려주고 폰을 통해 게임상의 영역을 뛰어넘어 언제든지 편하게 연락을 주고 받습니다. 네이트온에서도 만나고 싸이에서도 보고 같이 밥도 먹습니다. 자주 볼 수 없는 친구와 게임을 하는 것과 그다지 다르지 않습니다.

블로그 스피어라는 이 세상도 좁디 좁아서 여기에서 본 사람이 저기에 가면 보고 또 이리 가면 만납니다. 돌고 돌아 보면 어느정도 경력이 있고 시간을 두고 활동한 블로거는 서로가 서로를 알고 있습니다. 아니 어쩌면 넓은 세상인데 Net이 이토록 세상을 좁게 만들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메타 싸이트의 순위글과 지인의 RSS 글이 겹쳐서 두번 읽어야 되는 일이 점점 많아지고 있습니다. 리더기를 읽을 때면 어느 때에 원문을 클릭해서 댓글을 달아야 하는지 혼동하고 있는 것이지요.

점점 이러한 현상은 가속화 될거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수평선이 저 너머 아스라히 멀어도 결코 수평선이 사라지지 않듯이 Net의 경계는 사라지지 않을거라고 생각합니다. 오늘도 저는 Net의 경계를 바라보면서 생각합니다. 언젠가는 저 경계를 뛰어넘게 될 것인가..

WRITTEN BY
가별이
내가 천사의 말 한다 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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