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을 먹으면 무뎌지는 부분도 있다. 반면에 술을 먹으면 예리해지는 부분도 있다.
평소에는 완전하게 덮여있던 의식세계가 술을 먹으면 힘이 약해져서 무의식세계가 좀 더 앞으로 나오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하고 있다.
평소에는 쉽게 지나쳤던 것들이 술을 먹은 상태에서는 갑자기 이게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구나라는 것이 느껴지는 셈이다. 또는 다른 사람들간의 의사 소통하는데 있어서 술을 먹으면 평소보다 교감이 쉽게 되는 편이다.

확실히 술을 먹으면 다른 사람과 잘 어울리게 되는걸 느낄 수 있다. (물론 아닌 사람도 있겠지만) 이는 단지 술이 사람을 이완시키는 것 이외에도 평소에는 이성이 앞으로 나와있어서 언어 이외의 다른 사회 소통 수단을 지나치고 있다가, 술을 먹고 좀 더 짐승에 가까워지면 이런 수단을 느끼고 잡아채게 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평소에는 그렇게 주의깊게 들어도 잘 느껴지지 않던 것들이, 누군가 이야기하는걸 들으면서 사람들이 별다른 노력을 하지 않더라도 쉽게 공감해서 표정이 바뀌거나, 끄덕거리거나 하는 제스추어를 평소보다 잘 취하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물론 여기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과거의 일을 떠올렸을 때 그 때의 일이나, 정황 등이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었는지 불현듯 눈치챌 때가 있다.

그렇게 보면 술에 취했을 때의 사람의 심층 또한 연구해볼만한 가치가 있는 것이 아닐까?


WRITTEN BY
가별이
내가 천사의 말 한다 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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