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처럼 아침에 부시시하게 일어나 씻고, 다 마르지도 않은 머리를 빗질하는 것도 잊어먹고, 피부도 당기지 않아서 로션도 바르지 않고 나왔다.

대강 8시 반정도에 일어나서 씻고 옷입고 회사로 향하면 8시 55분 정도에 들어오게 되는데 언제나처럼 그런 아침이었다.

내가 사는 아파트는 24평형 복도식 아파트로 15층이기에 세대가 적지 않고, 그런 아파트를 2대의 엘레베이터가 짝수층과 홀수층으로 나뉘어 운행하고 있다. 엘레베이터를 타고 내려가는데 10층 정도에서 멈췄다. 아침에 엘레베이터에서 보는 사람들은 학교 가는 아이, 음식물 쓰레기 버리는 아줌마, 유치원에 애를 보내는 어머니. 신혼부부, 젊은 아가씨, 할머니, 출근하는 아줌마 등이 있는데 오늘 본 사람은 출근하는 아주머니. 흰 얼굴에 살집이 좋으시면서 인상이 그럭저럭 괜찮아보이는 아줌마로 처음 뵙는 분이었다.

언제나처럼 벽구석에 기대어 내려가고 있는데 갑자기 아주머니가 말을 거시는게 아닌가?

"윗층에 사시는 분이세요?"

떨떠름하게..

"네에.."

속으로는 음.. 도를 아십니까? 아니면 예수지옥 김밥천국? 아니면 보험이나 이런 류의 외판원? 등등 처음 보는 아줌마가 대뜸 말을 거니 굉장한 경계심이 생겼다. 사회를 살다보니 늘어나는건 이런 경계심 뿐..

"처음 뵙는 분인데 되게 멋있으시네요.."

"네에....   .... ??????"

아침에 일어나 벌건 눈에 꼬질꼬질에 극치, 숱적고 헝크러진 머리가 멋있다고? 이 아주머니가 왜 이러시는 거지.. 이제 본론이 나오겠구나.. 급 버엉에.. 경계심 레벨을 바짝 올렸으나.. 그뒤에는 별 일이 없었고.. 난 당황스러워서 앞만 볼 뿐이었다.

그 후에는 간단하게 인사를 하고 헤어졌지만 누가 칭찬해줘도 갑작스런 칭찬이 어울리지 않는 상황에서 이뤄지는 건 당황스러운 것이라는걸 깨달았다.

암튼 웃기지도 않은 아침이었다는..


p.s. 아마 나중에 어떤 목적으로 접근하는게 아닐까? 도라던지.. 상품이라던지.. 호감도를 먼저 올리려는 고도의 술수?

WRITTEN BY
가별이
내가 천사의 말 한다 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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